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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플레이오프 2차전 (vs 수원FC) 경기 리뷰

망고의맛 2023. 12. 9. 18:55

출처  K-LEAGUE 홈페이지

 

올해 K-리그 마지막 경기이자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은 올 한 해 보았던 K-리그 경기 중 단연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명경기라고 칭할 수 있는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오늘의 경기는 살아남고자 하는 처절함이 만들어낸 경기였기에 월드컵 못지않은 박진감을 선사하였습니다. (물론 부산 팬들에게는 허탈감을 주었지만) 

 

전반전이 시작하고 먼저 든 생각은 부산아이파크 선수들의 정신무장이 잘 되어있다는 것과 이기고자 하는 의지 결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너킥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리는 장면이라던지 투지를 앞세운 수비장면에서 오늘 선수단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전반전 수원FC의 경기력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미드필더 간 호흡이 불안정하여 패스미스가 종종 발생했고 공격수들의 오프사이드가 잦았던 것으로 보아 경기에 대한 부담이 느껴졌습니다. 두 팀 모두 무난한 경기력으로 조율해 나가는 와중 선제골은 부산이 가져갔습니다. 골 역시 미드필더와 수비사이 공간에서 발생한 패스미스로 인한 것이었고 김찬선수의 어시스트, 최준선수의 피니시로 스코어 1:0(합계 스코어 3:1)이 됩니다.

 

후반전은 수원FC의 공격적 선수교체로 시작합니다. 김도균감독은 로페즈와 이광혁선수를 투입하여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예고한 대로 닥공을 시전 합니다. 경기는 여기서 다시 시작합니다. 결과론적이지만 수원 FC의 김도균감독의 전술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부산의 박진섭 감독의 대처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후반 시작 후 골대만 두 번 맞히는 불운을 보았을 때 행운의 여신이 부산의 손을 들어주는구나 싶어 승격을 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는데 역시나 천금 같은 동점골이 수원FC 김현 선수의 발끝에서 나왔습니다. 곧이어 이영재 선수의 골로 2:1이 되고 나니 응원하는 입장에서도 맥이 빠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부산 선수들 역시나 어려움을 직감했을까요? 연장에 돌입하자 연달아 골을 내주더니 스코어 2:5(합계 스코어 4:6)로 패배하며 승격에 실패하게 됩니다.

 

이광혁 선수의 골 장면  출처  K-LEAGUE 홈페이지

 

결과를 놓고 보자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전술적인 부분에서 한 골 넣고 잠그기가 결정적인 순간에 두번 미끄러진 것이 컸습니다. 충북청주와의 리그 마지막 경기도 그러했고 오늘 경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후반 집중력이 떨어져 실점하게 되는 이유는 체력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경기를 예로 들자면 후반전 시작 이후의 에너지 레벨은 수원 FC의 선수들이 월등히 높아 보였습니다. 경기가 후반으로 갈 무렵부터 라마스 선수가 보이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후반 경기 콘셉트만 놓고 보면 98 월드컵 전후로 보았던 소위 뻥축구가 생각났습니다.

 

반면, 수원 FC 선수단의 뎁스가 훨씬 좋아 보였습니다. 오늘 경기에 나온 이광혁 선수는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크랙 같은 느낌이 물씬 났고 로페즈 선수도 피치에 들어오는 순간 경기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였습니다. 반대로 부산의 교체선수들은 번뜩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골 넣고 잠그겠다는 전술을 쓸 때는 라마스와 같은 창의적인 선수와 더불어 거칠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를 기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의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심판 성향을 볼 때 오늘은 가투소나 캉테와 같은 활동량 많은 선수가 경기에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종합해보자면 수원 FC가 이길만한 경기였고 잔류할 만한 자격이 있었습니다. 수원 FC의 경기력은 가장 중요한 순간 최고로 좋았습니다. 아쉽게도 부산은 중요한 순간마다 그렇지 못했던 게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때로는 실패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더욱 많습니다. 올해의 실패가 내년 승격의 자양분이 되면 좋겠습니다. 상단에서 오늘경기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써놓았지만 올해의 부산의 경기력은 꽤나 훌륭했습니다. 무엇보다 박진섭감독은 부산의 공수 밸런스를 잘 잡아주었고 성과도 냈기 때문에 내년이 더 기대됩니다. 부산의 레전드였던 감독이기에 마지막까지 훌륭한 마무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ps 오늘 경기는 EPL의 경기 템포와 같았습니다. 김종혁 주심의 콜이 대체적으로 하드했습니다. 경기를 보는 내내 박진감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도 이러한 경기 조율로 재미있는 경기가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