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라는 것이 이렇게 교양스러웠나
★★★★☆
인디아일 리뷰를 진행하기 앞서 이 영화를 알게된 경위부터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으로써 트랜짓과 운디네에서 주연을 맡았던 프란츠 로고츠키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연기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였기 때문에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헐리웃에서 활동을 하는 배우가 아니라 독일이 주 무대인 배우였기 때문에 많은 정보가 있진 않았습니다만 단 한가지, 인 디 아일이라는 작품을 찾게 되었으니 소소하지만 대단한 시작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 크리스티안의 취업에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어딘가 불편해 보입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온몸에 있는 문신과 착용하고 있는 마트 유니폼은 매끄럽게 매치되지 않습니다. 자세도 조금 부구정해보이구요. 주인공은 마트에서 지게차 운전을 배우며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일을 알려주는 부루노, 매력적인 외모의 마리온 그리고 마트에서 일하는 그밖에 다양한 사람들. 영화는 신참시절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없이 크리스티안의 일하는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보여 줍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향합니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국가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 만큼이나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깁니다. 필연적으로 우리 삶은 일과 직장에 영향을 받고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미생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생활을 가감없이 보여주어 공감을 얻었던 것 처럼 이 영화도 직장의 소소한 일들을 리듬감 있게 연출해 냅니다. 그러나 미생과는 달리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직장이 아닌 집 또는 가정에서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룬 어느 영화보다 인 디 아일에서의 직장은 따뜻하게 묘사되고 심지어 몇몇 인물들의 도피처 역할을 합니다. 현대 사회의 노동자가 겪는 일과 직장이 주는 이미지와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그렇기에 일이 끝나고 돌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인간이 지니는 근원적인 고독이 느껴집니다. 직장에서의 크리스티안 모습과 달리 집에 돌아와 작은 컵에 차를 마시는 구부정한 모습에서 처량한 느낌과 동시에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화면을 통해 전달됩니다. 등장인물의 대부분은 퇴근과 동시에 저마다의 이유로 고독과 쓸쓸함을 느낍니다. 영화는 일을 찬양하기 보다 공동체가 해체된 사회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마트 물건이 진열된 벽을 넘어 소통을 하는 모습이라던지 직원들이 작은 파티를 하는 모습에서 모두가 퇴근 후 맞이할 고독을 조금이나마 해소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영화에서 일이라는 것은 돈을 버는 행위를 넘어선 그 무엇으로 표현됩니다.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것이나 분야가 직업이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된다면 무조건적으로 스트레스가 동반될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일이라는 행위도 얼마든지 숭고하고 품위있느며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어디든 유토피아가 될 수 있고 파라다이스가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돈을 벌기 위하하는 직장생활이 지긋지긋하거나 권태로울 때 보면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ps 독일의 통일에 대한 역사를 알고 있다면 영화가 더욱 풍성해지겠지만 굳이 통일 후 동독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모르더라도 이 영화가 주는 짙은 감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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